내가 자주 지각하는 이유 | 항상 늦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제 지인과 지각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 지인의 회사에서는 5분~10분 정도 지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관리자는 그 친구가 지각하지 않을 때까지 3주간 팀원들이 사무실 출근을 하게 했다고 한다. (참고로 해당 팀은 사무실 출근을 할 필요가 없고 바로 거래처 출근을 주로 하는 직무이다.)

 

지인은 지각하는 습관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피해를 끼치는지 몸소 체감해야 한다며 팀장이 잘했다고 말했지만, 나는 팀장의 행동에 대해 굉장한 반감을 가졌다. 지각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곤혹스럽고 폭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도 반감을 가질까 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반감을 가졌던 이유 중 하나는 나는 나의 단점을 들키고, 그것이 공공연하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내가 생각했을 때 단점이 아닌 부분이거나 사소한 오해들은 오히려 '그건 내가 아냐'하고 잘 넘기는 편인데, 내가 생각했을 때 내가 부족한 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모두가 알고 있다는 걸 느낄 때 굉장히 괴롭다. 그리고 단점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학기 초반에 지각을 하고, 그 다음에 지각을 하지 않게 되더라도 나는 지각쟁이로 인식된다.

또한, 누군가가 내 단점을 알고 있을 때 왠지 내 가치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고 난 그걸 거의 회복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꿈에서도 다수의 사람들에게 창피를 당하는 꿈을 자주 꾼다. 어쩌면 타인에게 내 단점을 들키는 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그래서 지각하는 사원에 대한 관리자의 대처를 듣자마자 반감을 가지지 않았을까.

 

나는 지각을 자주 하는 편인데, 지각을 자주 하다 버릇하면 '지각' 자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고 만다. 처음에는 스트레스 받으면서 고치려고 하다가도, 언젠가는 지각하는 습관에 지고 만다. 나는 원래 이러니까. 나는 원체 시간 감각이 없으니까. 이건 고치기 매우 힘든 거야 라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도 고치기 힘들지만. 그런데 그런 고치기 힘든 습관을 타인이 짧은 3주라는 시간을 두며 고치려고 한다는 건 나에게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져서 반감이 든 게 아닐까. 근데 그게 과연 그렇게 고치기 힘든 습관인가.

 

모든 습관은 3주면 자리 잡는다고 하던데, 나는 그 3주를 채우지 못한 것이 아닐까?

오래된 지각 습관은 나 자체를 성실하지 못하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그 인식은 나의 자존감을 깎아먹는다. 이런 습관을 나는 왜 버리지 못하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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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지각을 할까

나는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유튜브에서 찾았다. 

타인의 심리 읽어드립니다 > 조금 늦어도 이해해주겠지? 매번 약속에 늦는 '프로지각러'의 심리

위 영상에 따르면 지각하는 사람은 일정 시간 지각러 / 시간을 종잡을 수 없는 지각러 로 나뉘는데,일정 시간 지각러 라고 하면, 5분/10분 정도 일정 시간을 지속적으로 지각하는 사람을 말하고시간을 종잡을 수 없는 지각러는 언제는 5분 늦었다가, 또 언젠가는 30분 늦고 늦는 시간을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일정 시간 지각러일정 시간을 늦는다는 것은 집에서부터 약속장소까지 어느 정도 걸리는 지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나갈 때 5분, 10분이 더 늦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일정 시간 늦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가는데 1시간 걸리니 1시반에서 2시 사이에 나가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꼭 2시나 2시 5분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미루다 미루다 마지막에 출발하는 이유는, ① 나가야 하는 시간 체크를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거나 ② 직전까지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도 일정 시간 지각러의 특징에 해당하는데, ①번과 ②번의 이유를 모두 충족한다. 특히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 다른 일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 경우 집에서 출발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심리적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꼭 인지해야 한다. 2시까지 설거지를 하고 바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 경우에도 물리적/심리적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고, 하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 연습을 통해 지각을 줄인 경험이 있다.

 

시간을 종잡을 수 없는 지각러

미래 기억 능력이 낮아 미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게 어렵다면 잦은 지각을 할 수 있다. 혹은 집중할 때 다른 것이 안보일 수도 있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 자주 지각할 수도 있다.

 

나는 일정 시간 지각러에 해당한다. 시간 체크를 하지 않고, 물리적/심리적 준비 시간의 여유를 두지 않아서 대부분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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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 의 Lukas Blazek

영상 마지막에는 지각하는 사람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나온다. 사람들은 지각을 자주하는 사람과는 중요한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다는 것, 지각하는 사람이 신뢰를 잃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왔고 그 경험이 좋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기에, 다수의 사람이 나의 단점(잦은 지각)을 인지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닐까. 애써 무시한 사실이지만, 계속 지각하면 나는 신뢰를 잃어갈 것이다. 신뢰를 차츰차츰 잃는 것은 모든 팀원을 3주간 출근시키는 것보다 무서운 일이다.

 

나의 나쁜 습관이 무서운 일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기억하자. 그리고 내 지각의 원인을 알았으니, 30분의 여유를 항상 두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