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식을 얻고 지혜를 잃었다 | 연애소설 읽는 노인

많은 콘텐츠를 받아들이고 읽어가고, 듣는 날이 있다고 하면

오늘은 글쓰는 날이다.

 

읽고 듣는 것에 비해 말하고 쓰는 건 더 에너지가 든다.

그래서 보통 잘 실천하지 못하는데,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된건

연휴 이틀동안 몸이 아파서 집에 내내 있어야 했고, 집에서 심심함을 지우기 위해 이미 콘텐츠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제 아무리 자극적인 것이라도 듣고 보는 것은 재밌지 않다. 오늘은 무언가를 풀어내야지.

 

그래서 오늘 쓸 것은 독후감.

그 동안 책을 꽤 읽었는데 독후감이 많이 밀렸다.

책이 나에게 영감을 주고 나를 변화의 씨앗을 심었더라도, 어디 남겨두지 않으면 휘발되어 버린다.

이 책은 읽은지 오래되어 이미 휘발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저장해둔 책 문장들을 기억을 끄집어 내 기록하고자 한다.

가끔 사진찍은 책 문장들을 보면 그 때 들었던 생각들도 소록소록 나곤 하니까.

 

오늘 한번 글써볼 책은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다.

이 책은 트레바리에서 읽었고, 하기 독후감은 트레바리에 제출한 독후감이다.

* 트레바리란 유료 독서모임으로, 총 4달간 한달에 한 번씩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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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라는 제목을 보면, 흥미가 생기고 궁금증이 일어난다. 어떤 내용의 책일까? 나이 든 사람의 뜨거운 사랑에 대한 글일까, 아니면 젊음을 갈망하며 젊은 날의 연애를 곱씹으면서 책을 읽는 노인의 이야기일까.

 

 이 소설은 내 예상과는 아예 다른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연에 많은 것을 잃기도, 또 얻기도 한 한 노인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어떤 한 맹수를 추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이 노인이 어떻게 자연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었는지, 그 노인의 성향이 어떠한지(연애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등)를 알려준다. 

 

 이 책을 읽은 독후감을 한 줄로 말하자면, 뻔한 말이지만 근 1-200년동안 자행해온 환경 파괴란 '무지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얻은 결과'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문학은 뻔한 말이나 충고를 신선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이 책에서 뚱보 읍장, 술과 노름에 빠진 노다지꾼, 잘 알지도 못하는데 밀림을 들어가다가 죽음을 맞이한 백인들이 나오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무지함'과 '총'이다. 그들은 몰라서 겁 없이 궁금증 혹은 욕심 때문에 설쳤고, 그 결과 죽음을 맞이하거나 혹은 초라한 꼴을 보이게 되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무지함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마지막이 좋지 않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무지하고 겁없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결국은 자연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인간의 영역으로 채우게 되었다.

 이번에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이번 코로나가 정말 중국 우한의 박쥐로부터 발생한 바이러스라면, 야생 동물의 영역을 침범하다 못해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다 보니 결국 죄를 받은 것이 아닐까.

 다른 책에서 그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이제는 어떤 야생초가 위험하고, 어떤 야생초가 몸에 도움이 되는지 아는 이가 하나도 없어, 오히려 지식은 늘지 몰라도 지혜는 사라지고 있다다고 했다. 이 책을 보며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엽총이라는 힘을 가졌어도 자만감을 내려 놓고 다른 사람의 지혜를 받아들일 겸손함이 있었다면, 혹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인디언)과 서로의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수용적인 자세를 가졌다면 어땠을까. 선조부터 내로 온 자연에 대한 중요한 지혜를 이만큼이나 잃어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많은 지혜를 잃어 결국 소설 속 살쾡이를, 아마존을, 자연을 파괴한 대가를 받고 있는 지금 우리 세대가 안타깝다. 기대에 찬 말이 아닌 걱정의 찬 말로 마지막을 대신하고자 한다. 앞으로 30년 후엔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