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으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 이기주 - 언어의 온도

나는 인스타그램(@dokhugam_sun)에서 책을 읽고 남은 것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책을 열심히 읽어도 (실상은 열심히 읽는 편은 아니지만) 남는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난 뭐든지 꾸준히 하는 게 없다는 스스로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걸 깨부술 때가 되었나보다. 나는 이 독후감 인스타그램을 2018년도 7월 1일부터 꾸준히 작성하여 이미 4년차가 되었다!

시작할 때 독후감을 쓰는 매체로 '인스타그램'을 선택한 것은 1. 가장 많이 쓰고, 2. 스마트폰으로 쉽게 감상을 작성하기 편해서였다. 하지만, 4년차가 된 지금은 인스타그램의 글로 작성하기엔 내 감상이 너무 길어서 1차적으로 PC로 작성한 다음에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가끔은 PC로 작성하는 게 귀찮아서 독후감을 미루기까지 했다. 이제 4년차나 되었으니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 티스토리에 독후감을 올릴까 한다. 그래도 나한테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니, 4년동안 올렸던 독후감을 다시 올리면서 블로그(PC)라는 매체에 익숙해지고자 한다.

 

그래서 첫 시작은 [이기주 - 언어의 온도]이다.

'언어의 온도'라는 책 이름은 책 내용과 정말이지 착 붙는 이름이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자기계발서가 싫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에피소드 형식의 글이 나열되어 있는 책이다. 읽다보면, 새로운 관점을 주기도 하고, 또 새로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당시 내가 책 읽을 시간이 15분 밖에 없었던 모양인지 앞부분만 읽어봤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 좋은 글이 있어 공유하고 싶다. 

 

더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알아본다

나는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에 대한 보상심리를 지녀왔다. 상처 받은 만큼 강해지고 싶은데, 오히려 상처 받은 곳을 누가 다시 따갑게 할까봐 두려움만 많아졌다. 강해진 것이 아니라 더 약해진 느낌이 들어 억울했다. 이 책의 위 글은 이런 억울한 나에게 '아니야, 너도 얻은게 있어'라는 말을 해 준 부분이다.

나는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고 눈길이 가는 편이다. 그 힘듦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가득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새로운 시야를 갖게된 것이 아닐까. 힘들지 않았으면 보이지 않았던 힘든 사람들이 이제는 너무 잘 보인다.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지 매우 이해가 된다. 그래서 이해심이 더 커진다. 더 포용력이 커진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 보면 희극이라던데.

근데 또 다른 사람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말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인데, 또 비극을 가지고 있음에도 하루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예쁘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깨닫는다. 하루하루가 비극과 투쟁일 때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쓰는 나는 진짜 강하고 아름답구나. 어쩌면 고난 때문에 인생이 더 다채로운 색으로 칠해졌구나. 하루하루를 객관적으로 다시 돌아보면, 어떤 날은 밝은 색, 어떤 날은 어두운 색, 또 어떤 하루는 강렬한 색조이고 다른 날은 미색의 포근한 색이다. 인생은 쓱 바르면 해결되는 밋밋한 콘크리트가 아니고, 깨어지고 붙이고 깨어지고 붙이는 스테인드글라스라는 것을 타인의 삶을 통해서 다시금 깨닫는다.

저 글의 할머니 처럼,

던지고 떨어지고 때릴수록 맛있어지는 귤처럼,

나와 타인에게 더 달디단 사람이 되고 싶다.

 

틈에 대하여

'틈'하면 나는 가장 먼저 시간의 틈이 생각난다. 생각해보면 나는 최근 두 달 외에는 일주일을, 한 달을, 일 년을 테트리스 맞추듯 시간을 틈없이 꽉 채우며 살아왔던 것 같다. 이동하는 시간, 핸드폰하며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아주 오래오래 살고 싶은 사람도 아닌데, 왜 이리 시간에 집착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나도 소설 <모모>에 나온 사람들처럼 시간의 틈을 아끼려고 하다가 회색신사들에게 시간을 모조리 빼앗긴 사람이 아닐까?

 

* 소설 모모 줄거리
https://namu.wiki/w/%EB%AA%A8%EB%AA%A8(%EC%86%8C%EC%84%A4

하지만 최근 두 달간은 정말 시간의 틈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고, 세월아 네월아 보낸 듯 하다. 세월아 네월아 보내다 보면 너무나도 자극적인 스마트폰과 TV를 놓을 수 없기는 하다. 다만, 그런 시간들은 자극이 강한 라면과 같아서 그 시간으로 하루를 채우기에는 영혼이 버거워하는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다보니, 원하는 대로 하고 살고 새로운 건강한 습관도 생기게 되었다.

 

건강한 습관 하나, 아침 5분 스트레칭이다. 아침 5분이 얼마나 금같은지는 잘 알 것이다. 다들 아침엔 최대한 늦게 일어나고 빠르게 움직이겠지만, 나는 할 것도 없는 백수라 게으르게 누워있다가 뻐근한 허리에 스트레칭을 하곤 한다. 그 동안 바쁜 아침은 의식이 깼는지도 안깼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습관대로 움직였는데, 스트레칭이 있는 아침은 내가 내 몸을 능동적으로 깨우는 듯 하다. 그래서 하면 할 수록 참 좋은 움직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에 시간을 빼앗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스트레칭을 기억할 때 마다 아침 5분 스트레칭을 얻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건강한 습관! 춤이라는 운동이다. 운동은 힘들어서 잘 안하게 되지만, 흥만 있으면 되는 춤은 하루를 활기차게 하고, 더불어 운동도 되니까! 요리해 먹는 것, 식물 돌보는 것, 집안일 하는 것 모두 돌보고 아끼는 일. 이 일들은 나에게 평온함을 주고 위로가 된다.

 

나에게 시간의 틈을 주는 일 가끔은 필요하다. 앞으로는 더 바쁠테니까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말아보기를!